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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 기존 판례 '유지'
2018.05.17

중도금 지급되는 등 본격적 이행 단계부터
매도인은 '타인의 사무 처리하는 자' 해당


대법원이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매수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양도하는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모(6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4027).


판결문 보기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므로,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종래의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창석·김신·조희대·권순일·박정화 대법관 등 5명의 대법관은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자기의 사무'일 뿐이어서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도금을 받았다고 해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들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될 사안을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며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의 특수성과 거래관행, 매수인 보호의 필요성 그리고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인 제도의 미비 등을 이유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종래 판례의 타당성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권씨는 2014년 8월 한모씨 등 2명에게 자신이 소유한 상가를 13억8000만원에 매도하기로 계약하고 당일 계약금 2억원을 받은 다음 한달 뒤 중도금 6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잔금 지급 등 계약이행이 지체되자 권씨는 2015년 4월에 다른 사람에게 이 상가를 15억원에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겨줬다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중도금을 받은 부동산 매도인이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권씨의 이중매매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보고 그밖에 유죄로 판단된 사기 혐의 등과 합쳐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권씨와 피해자들 사이에 형법상 보호가치 있는 사무 처리자의 지위를 인정할 만한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임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이 형사법뿐만 아니라 민사법 분야는 물론 향후 부동산 거래 실무에도 미칠 파급력이 크다고 보고 올 1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후 3월 공개변론을 열어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26542015712_16265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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